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확장현실(XR) 헤드셋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자사 첫 XR 헤드셋 ‘갤럭시 XR’을 내놨고, 애플은 업그레이드된 비전 프로를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XR 헤드셋 구매 고객 3명 중 1명은 개인이 아닌 기업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문가들은 XR 헤드셋이 일반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구매층이 기업과 일부 테크 마니아에 머무는 것을 우려합니다.
◇ “XR 헤드셋 주요 구매층은 기업”… 일반 소비자에게 비싸
26일 시장분석업체 IDC와 더버지에 따르면, 애플이 2024년 출하한 비전 프로 40만대 가운데 30%는 기업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메타 퀘스트 역시 지난해 판매 대수의 47%를 기업에서 구매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테시 우브라니 IDC 연구원은 “비전 프로의 주요 구매층은 개발자와 기업이었다”며 “이들은 새로운 경험을 만들려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갤럭시 XR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일반 소비자가 접근하기엔 너무 비싸다. XR을 체험하고 싶은 소비자는 훨씬 저렴한 선택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비전 프로는 한화 기준 499만원, 갤럭시 XR은 269만원입니다.
실제 산업계는 최근 출시된 XR 기기를 업무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삼성인력개발원은 ‘갤럭시 XR’을 활용해 인공지능(AI)과 XR을 결합한 차세대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삼성은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연간 2만명 이상의 임직원 교육에 갤럭시 XR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명상, 삼성 역사 체험, 리더십, 외국어, 토론 등 5개 교육에 AI·XR 기술을 활용할 예정입니다.
다쏘시스템 역시 애플 비전 프로를 회사의 버추얼 트윈 서비스와 접목한 3차원(D) 라이브 기능을 내놨습니다. 회사에 따르면 작업자는 비전 프로를 착용하면 현장을 반영한 가상공간에서 제조 설계부터 테스트, 시뮬레이션까지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공장 생산 설비가 고장이 나면 비전 프로 화면에 오류가 생긴 지점이 표시되는 식입니다.
◇ “XR 헤드셋 넘어 스마트 안경 시대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일반 소비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XR 헤드셋을 넘어 스마트 안경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증강현실(AR) 헤드셋 출하량은 전년 대비 14% 줄었지만, AR 스마트 안경은 50% 증가했습니다. 전체 스마트 안경 출하량은 110%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메타뿐 아니라, 삼성전자, 애플도 스마트 안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메타는 안경 브랜드 레이벤과 개발하는 스마트 안경에 이어 AR 안경인 ‘오라이언(Orion)을 개발 중입니다. 삼성전자는 구글, 젠틀몬스터와 함께 차세대 스마트 안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애플 역시 스마트 안경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알리바바, 샤오미 등도 스마트 안경 시장에 뛰어든 상태입니다.
뚜옹 후이 응우옌 가트너 신기술·트렌드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PDA나 블랙베리가 스마트폰 이전의 과도기였던 것처럼, 현재의 XR 헤드셋도 기업용 특화 기기 단계에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우브라니 연구원은 역시 “결국 모두가 안경 형태로 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다만 거기까지 가는 데 시간이 좀 걸릴 뿐”이라며 “XR 헤드셋은 과도기적 폼팩터(기기 형태)”라고 전했습니다.
조선비즈 / 윤예원 기자
원문 : https://biz.chosun.com/it-science/ict/2025/11/26/MUSWILI6R5CAPEBRZDM7Y2PUJ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