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카드가 구글과 함께 AI 에이전트가 결제까지 수행하는 환경에서 사용자의 ‘승인 의사’를 암호학적 기록으로 남기는 ‘베리파이어블 인텐트’ 프레임워크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전통 결제망의 신뢰 레이어 구축과 크립토 지갑 기반 인프라 구상이 맞물리며, AI 결제 주도권 경쟁이 ‘검증 가능성’과 ‘프라이버시’ 설계로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마스터카드가 구글과 함께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 시대를 겨냥한 신규 신뢰 프레임워크 ‘베리파이어블 인텐트(Verifiable Intent)’를 공개했다. AI가 쇼핑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계획·의사결정·결제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환경에서 사라지는 ‘구매 의사’의 증거를 다시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전자상거래에선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기(Click buy)’를 누르거나 ‘탭 투 페이(tap to pay)’를 하는 순간이 의사 확인의 기준점이 됐다. 하지만 소비자가 결정을 AI 에이전트에 위임하면 그 순간이 흐려진다. 마스터카드의 최고디지털책임자(CDO) 파블로 포우레즈(Pablo Fourez)는 이 지점이 결제 생태계 전반에 새로운 숙제를 만든다고 본다. 소비자는 지시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확신이 필요하고, 가맹점은 에이전트가 ‘권한 있는 구매자’인지 확인해야 하며, 카드 발급사는 정상 거래와 사기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베리파이어블 인텐트의 핵심은 AI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행동할 때, 사용자가 무엇을 승인했는지를 ‘변조가 어려운 암호학적 기록’으로 남기는 데 있다. 신원(identity)과 의사(intent), 행동(action)을 하나의 감사 추적(audit trail)으로 연결하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노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마스터카드는 이를 통해 “누가, 어떤 범위에서, 무엇을 허용했는가”를 사후에 검증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겠다는 설명이다.
프라이버시 설계도 전면에 배치했다. 베리파이어블 인텐트는 ‘선택적 공개(Selective Disclosure)’ 기법을 활용해 거래 당사자 간에 필요한 최소 정보만, 필요한 순간에만 공유하도록 한다. 즉 가맹점과 카드 발급사가 민감한 소비자 데이터에 접근하지 않고도 거래의 정당성과 권한을 검증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다. 결제에서 점점 중요해지는 ‘데이터 최소화’와 ‘규정 준수’를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표준 기반 접근도 강조했다. 마스터카드는 FIDO 얼라이언스, EMVCo, 인터넷공학태스크포스(IETF),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 등에서 널리 채택된 표준을 활용해, 특정 기기나 지갑,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에이전틱 프로토콜과의 호환성을 염두에 둔 셈이다. 회사는 향후 수개월 내 자사 ‘에이전트 페이(Agent Pay) API’에 베리파이어블 인텐트를 통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AI 주도 거래의 기반이 전통 결제망이 될지, 혹은 크립토 네이티브 인프라로 이동할지를 두고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AI 에이전트가 경제 주체로 부상할수록, “기존 레일 위에 신뢰 레이어를 얹는 방식”과 “처음부터 블록체인 지갑 중심으로 설계하는 방식”이 정면으로 맞붙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은 이날 X(구 트위터)에 “곧 인간보다 더 많은 AI 에이전트가 거래를 만들게 될 것”이라며 “그들은 은행 계좌를 열 수 없지만, 크립토 월렛은 가질 수 있다. 생각해 보라”고 적었다. AI 에이전트가 ‘계정’보다 ‘지갑’에 더 자연스럽게 결합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크립토 진영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이더리움의 최대 리스테이킹(restaking) 프로토콜로 꼽히는 아이겐클라우드(EigenCloud)가 구글 클라우드와 협력해 AI 에이전트 결제의 ‘검증 가능한 백본(backbone)’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총예치자산(TVL)은 약 90억달러로, 원·달러 환율 1,467원을 적용하면 약 13조2,030억원 규모다.
또 이더리움 재단은 ‘머신 이코노미(machine economy)’에서 이더리움을 결제 및 조정(settlement and coordination)의 선호 레이어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전담 AI 조직 ‘dAI 팀’을 출범시켰다. 이어 다음 달에는 AI 에이전트 결제 시스템의 실용성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거론되는 ‘x402 프로토콜’이 주목을 받으면서, AI 결제 인프라 경쟁이 단순한 아이디어 수준을 넘어 구현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도 나왔다.
결국 양측이 풀려는 문제는 같다. ‘사용자 의사’와 ‘권한’을 어떻게 증명하고, 사기와 오작동 위험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다. 마스터카드가 베리파이어블 인텐트로 전통 결제망 위에 신뢰와 검증의 층을 쌓는다면, 크립토 진영은 블록체인 기반의 지갑·정산 구조가 AI 에이전트의 대규모 거래 처리를 더 자연스럽게 뒷받침할 수 있다고 본다. AI가 결제의 주체로 들어오는 순간, 결제 시장의 주도권 경쟁은 ‘속도’만이 아니라 ‘검증 가능성’과 ‘프라이버시’ 설계의 승부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토큰포스트/ 민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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