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did logo

닫기 닫기

산업동향

[정책 및 기술동향] 일론 머스크도 못 한 '블록체인 국고'...한국이 먼저 현실로
2026.04.17

| 재정경제부, 업무추진비 예금토큰 집행 시범


美 법원서 제동 걸린 DOGE...韓 규제샌드박스로 도입

현금·카드 사후관리 한계, 예금토큰이 대란

스마트 계약과 연결 시 시너지 폭발 기대

 

그림 = 대한경제


작년 미국 법원 제동에 막혀 무산된 일론 머스크의 블록체인 기반 재정 집행이 우리나라에서 먼저 현실화한다. 화폐 자체에 조건을 새겨 자동 집행하는 이른바 프로그래머블 화폐(Programmable Money)’가 오는 10월부터 공공재정 집행에 도입된다.

 

재정경제부는 16일 국무조정실이 주관하는 기획형 규제 샌드박스 과제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 활용 국고금 집행 시범사업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정부 업무추진비를 예금토큰으로 집행하는 이번 사업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함께 추진한 전기차 충전 국고보조금 시범사업에 이은 두 번째 디지털화폐 재정집행 사례다. 4분기 세종시를 중심으로 본격 시행하고, 성과를 바탕으로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미국 정부효율부(DOGE)를 이끈 머스크는 부적절한 연방 지출, 유효한 신원조차 없는 수급자에게 흘러간 복지 예산 등을 문제 삼으며 연방 지출 전체를 블록체인에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금과 카드로는 돈의 흐름을 추적할 방법이 없다는 게 핵심 논거였다.

 

반면 예금토큰은 시중은행이 고객 예금을 블록체인 위에서 디지털 토큰화한 것으로, 예금과 본질은 같지만 지갑 간 직접 전송이 가능하고 카드사와 같은 중개자가 빠진다.

 

결정적 차이는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과 결합에 있다. 화폐에 조건을 코드로 새겨 두면, 그 조건이 충족되는 순간 결제가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 실행되는 식이다. 조건에 맞지 않는 집행은 애초에 이뤄지지 않고, 모든 집행 내역은 블록체인에 실시간으로 위ㆍ변조 불가 형태로 기록된다.

 

이 구조에서 오라클(현실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전달하는 중간 매개체)은 빠질 수 없는 연결 고리다. 스마트 계약은 블록체인 내부 데이터만 처리할 수 있어, ‘감리 통과충전 완료같은 현실 세계의 사건을 코드로 인식시키는 연결 고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오라클은 현장 데이터를 수집ㆍ검증한 뒤 디지털 서명을 붙여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 시범사업에서 업무추진비에 사용 가능 시간과 업종을 사전 설정하는 것은 이 같은 원리의 첫 번째 실전 적용이다. 허용 범위 밖의 집행 자체가 원천 차단되니, 심야ㆍ주말 사용에 대한 사후 소명 절차도 필요 없어진다.

 

정부는 건설ㆍ조달 분야에서 이 기술이 가장 빠르게 적용될 것으로 내다본다. 건설현장에 부착된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콘크리트 강도ㆍ철근 배근 상태 등 품질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인공지능(AI)이 설계 기준치와 대조해 합격 여부를 판정한다. 판정 결과를 오라클 노드가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순간, 스마트 계약이 자동 실행돼 하도급 업체 지갑에 예금토큰이 즉시 전송된다. 매년 수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건설 하도급 대금 체불 문제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로 전환되는 셈이다.

 

복지 보조금 분야도 구조는 같다. 예금토큰에 사용 업종이나 기한을 코드로 새겨 넣으면, 식품 업종 등에만 쓰이고 충전 완료 신호가 확인된 시점에 자동 지급된다. 부정 수급 심사에 몇 주씩 걸리던 행정 비용이 줄고, 복지 재정의 정책 효과가 수혜자에게 더 온전히 전달된다는 기대가 나온다. 머스크가 이 체계를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재정 민주주의의 기술적 구현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달청ㆍ국세청 등 공공 데이터베이스(DB)를 오라클로 연결하면, 부처 간 정보 단절로 발생하던 이중 지원ㆍ누락 문제도 구조적으로 차단된다.

 

다만 확산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오라클 자체의 신뢰성 확보, 현행 국고금관리법을 비롯한 관련 법령 정비,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 등이 대표적 과제로 꼽힌다. 재정경제부는 이번 시범사업과 병행해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제도 실효성이 현장에서 검증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이번 시범사업은 단순히 결제 방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국고금 집행 전반에 디지털화폐 기반 재정집행 모델을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출발점이라며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재정 사업으로 확산하고, 관련 법령 정비도 병행해 제도적 기반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경제/ 최지희 기자

출처: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604161345306230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