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면 큰일 나는 시기가 왔다는 게 자명해졌는데 한국은 아직도 안 한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바이낸스 블록체인 위크(BBW) 2025’에서 만난 콘텐츠 기반 블록체인 사업을 하는 한국 프로젝트의 경영진 A씨는 “미국 주도로 가상자산 제도화가 진행되면서 모든 국가가 채택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규제가 강하거나 약한 것이 근본적 문제는 아니다. 한국은 규제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합법적으로 가상자산 기반 웹3 사업을 하고 싶다면 한국에선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국산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경영진 B씨 또한 “일본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라이선스가 있어 그들과 협력하면 되고, 두바이에서는 블록체인 사업자 라이선스가 있어 이를 취득하면 된다”면서 “한국에서 프로젝트가 출발했는데 정작 한국에서는 법외 영역에 머물러야 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국산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C씨는 “2017년 한국을 떠나 싱가포르에 정착하고 회계법인과 각종 법적 처리를 위한 브로커를 쓰는 데 많은 돈을 투입했다”면서 “이제 싱가포르에서 두바이로 떠나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또 정착 비용이 들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가 고향을 떠나 유랑하는 건 2017년 12월이 시작이다. 당시 정부는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과열되며 ‘김치 프리미엄’이 60%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상자산 관련 범죄를 엄정 단속하고 외환거래법을 위반한 거래자금 환치기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동시에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보유와 투자를 금지하고 은행이 실명계좌를 관리하도록 했다.
당시에 정해진 ‘금가분리’ 기조는 7년이 지난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금가분리는 금융자본과 가상자산의 분리를 뜻한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뜻하는 ‘금산분리’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A씨는 “아부다비 공무원들은 한국과 달리 기업에 있다가 온 사람이 많다”면서 “웹3를 놓치면 큰일이니까 오히려 다 흡수하자는 정책을 내세우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국내는 여전히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핵심으로 한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안 제출이 한 달 가까이 미뤄지면서 입법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한국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미국을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련 규제 등을 적극적으로 풀고 있다. 지난 4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현물거래를 허용하는 등 제도화에 가속을 내고 있다.
매일경제 / 최근도 기자
원문 : https://www.mk.co.kr/news/stock/11486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