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를 넘어 엔화와 원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이 속속 등장하며 아시아 각국이 디지털 통화 경쟁에 뛰어드는 가운데, 중국만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 활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중국 인민은행은 단속과 규제를 강화하며 ‘디지털자산 통제’ 기조를 재확인했다.
27일(현지시각) 크립토폴리탄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판궁성 중국인민은행 행장은 베이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중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투기와 불법 거래에 대한 단속을 지속하겠다”며 “디지털자산 관련 리스크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이 여전히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은 공안당국과 협력해 중국 내 디지털자산 관련 불법행위를 엄정히 단속할 것”이라며 “경제와 금융 안정을 지키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선 “고객 확인과 자금세탁방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높이고 일부 개발도상국의 통화주권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민은행은 향후 해외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활용 사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계획이다.
日엔화 기반, 韓원화 기반 출시⋯홍콩도 가세
중국의 이러한 경직된 기조는 최근 아시아 각국의 흐름과는 뚜렷이 대조된다. 일본을 비롯해 한국, 홍콩 등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활용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세계 최초로 ‘엔화 버전 USDT’라 불릴 만한 스테이블코인 JPYC를 공식 발행했다. JPYC는 일본 금융청(FSA) 인가를 받은 첫 엔화 담보형 디지털 토큰이다. 일본 국채와 은행 예금을 1대 1로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달러에 쏠렸던 유동성이 엔화로 이동할 가능성이 열렸다. 일본 국채를 담보로 한 JPYC는 단순한 결제 토큰을 넘어 ‘비달러 블록체인 금융권’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JPYC 출시는 현금의 나라로 불리던 일본 경제의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된다는 점을 상징한다.
일본 외 아시아 국가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디지털 커스터디 기업 BDACS와 우리은행이 공동으로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KRW1을 아발란체 블록체인에서 출시했다. 중국은행(BOC) 홍콩법인은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를 검토 중이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관련 사업 가능성을 탐색 중이다.
마윈의 앤트그룹은 홍콩에서 스테이블코인과 토큰 발행을 포함한 ANTCOIN 상표를 출원했다.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닷컴도 해외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남미, 화폐 불안 속 스테이블코인 ‘피난처’로
화폐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남미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이 대체 자산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간선거를 앞둔 아르헨티나에서 현지 투자자들이 자국 통화인 페소화(ARS) 가치 하락을 우려해 대규모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크립트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아고라의 중남미 대표이자 전 테더 아르헨티나 총괄인 파쿤도 베르닝은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아르헨티나 페소 거래쌍의 거래량이 크게 늘어 일요일 하루 만에 1340만달러(약 183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중남미 디지털자산 앱 레몬에서는 오후 9시 선거 결과가 발표되던 시점을 전후로 거래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불안정한 법정화폐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블록미디어 / 이승주 기자
원문 : https://www.blockmedia.co.kr/archives/996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