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빅테크 등 '비은행' 기업에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주요 선진국들도 비은행에 문호를 개방한 만큼, 스케이블코인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함이다.
주도권을 잡았던 시중은행권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반면 빅테크 기업들은 사업을 타개할 돌파구가 열리자 환호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취재진들에게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포함한 2단계 가상자산 입법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국제적 흐름에 우리가 뒤처지면 안 된다"며 "국제적인 움직임이 어떤지 봐야 하며 각국이 하고 있는 제도, 방식 등과 국제적 정합성을 갖는 게 첫 번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테이블코인은 생산성이나 부가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혁신의 기회를 열어주는 쪽에 접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전장치 또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처음 도입되기 때문에 금융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전에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충분한 안전장치를 갖추는 방향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의 말을 종합해보면 사실상 비은행 기업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최근 한국은행이 비은행 기업의 단독 발행을 반대한 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한은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관해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우려 사항을 다 안 상태에서 소통하고 있기에 의견을 점점 수렴할 수 있지 않을까 본다"고 내다봤다.
금융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포함한 가상자산 2단계 입법안을 올해 내로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다수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기에 법안의 연내 통과는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이 위원장의 발언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안팎에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컨소시엄 결성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의 주도권을 쥐는 듯했으나 경쟁자가 당장 늘어나게 생겨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통망을 쥐고 있는 빅테크 업체와 기술력이 뛰어난 핀테크 회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뛰어들면 은행권이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 수장이 직접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니 실제로 비은행 기업에도 문호가 개방될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발행을 은행이 맡고 유통은 비은행이 담당하는 이원화 체제가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네카토(네이버·카카오·토스)를 비롯한 비은행권은 당국의 입장에 환영하는 모습이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바람이 거센데 문호를 은행에만 제한하면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빅테크와 핀테크 등 비은행 업계는 이미 원화 스테이블코인 업계를 선도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무분별하게 허용하면 통화 유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인가 조건을 엄격히 해야 하며 미국 등 선진국가들의 규제 롤모델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데일리 / 강기훈 기자
원문 : https://www.ddaily.co.kr/page/view/2025111314310581107